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리뷰
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 서론: 또 다른 에이리언 이야기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공포와 SF 장르의 혁신적인 걸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주라는 광대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생존 스릴러와 강력한 여성 캐릭터 리플리(시고니 위버)의 등장은 당시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후 수많은 후속작과 스핀오프를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에이리언: 로물루스>라는 제목을 달고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지휘 아래 제작되었으며, 이전 작품들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에이리언의 세계를 선사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과연 그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냈을까요? 아니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다 오히려 그 그림자에 갇혀버린 실패작으로 남게 될까요?
2. 줄거리 및 등장인물: 생존을 위한 필사의 탈출
2.1. 2142년, 식민지에서의 고된 삶
영화는 2142년의 미래, 인류가 다양한 외계 행성에 식민지를 세우고 살아가는 시점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 레인(케일리 스패니)은 과거 폐광에서 일하던 부모님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폐허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레인은 인조인간 앤디(데이비드 존슨)와 함께 농부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앤디는 레인의 아버지가 고쳐 만든 존재로, 레인에게는 동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레인은 햇빛도 거의 보지 못한 채 고된 생활을 이어가는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된 자치 행성인 이바스로 떠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식민지의 가혹한 현실은 그녀의 꿈을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레인은 계약이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하게 되며, 탈출의 희망마저 잃어버린 듯합니다.
2.2. 타일러의 제안과 위험한 계획
그러던 어느 날, 레인은 과거의 연인이었던 타일러(아치 르노)로부터 연락을 받습니다. 타일러는 인근 우주에 버려진 우주 정거장이 있으며, 그 안에 냉동 수면 포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는 이 포드를 이용해 식민지를 떠나 자치 행성 이바스로 가자는 제안을 합니다. 레인은 처음에는 남의 회사 자산을 절도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이를 거절하지만, 결국 타일러의 간절한 부탁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타일러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레인은 앤디와 함께 타일러, 케이(이사벨라 메르세드), 비요른(스파이크 펀), 나바로(에일린 우)와 팀을 이루어 우주 정거장으로 향합니다. 이들은 냉동 수면 포드를 찾아 식민지를 탈출하려는 필사적인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2.3. 우주 정거장에서의 생존 게임
우주 정거장에 도착한 일행은 레인, 나바로, 케이를 우주선에 남겨두고, 앤디, 타일러, 비요른이 정거장 내부로 들어갑니다. 이들은 냉동 수면 포드를 찾기 위해 정거장을 탐색하던 중, 예상치 못한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레인과 나바로는 동료들을 돕기 위해 우주 정거장으로 들어가고, 아슬아슬하게 탈출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계 생물체 한 마리가 나바로의 얼굴에 붙고, 꼬리로 그녀의 목을 감싸게 됩니다. 타일러는 외계 생물체를 강제로 떼어내려 하지만, 나바로의 생명이 위험해지면서 딜레마에 빠집니다. 이때, 과거 기억을 간직한 상반신만 남은 인조인간 룩(다니엘 베츠)의 조언을 받아 외계 생물체의 꼬리를 얼려 떼어내는 데 성공하지만, 얼마 뒤 나바로의 가슴을 뚫고 에이리언 성체가 튀어나오게 됩니다. 영화는 이처럼 외계 생물체와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레인과 그녀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3.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특징과 비교
3.1. 원작 <에이리언> 시리즈와의 비교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명백히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시리즈의 정통을 잇고 있습니다. 첫 번째 <에이리언> 영화는 우주선 노스트로모호의 승무원들이 미지의 외계 생명체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루며, 에이리언이라는 외계 생물체가 인간의 몸을 숙주로 이용해 부화하는 충격적인 설정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이 영화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기본적인 법칙을 정립했고, 이후 수많은 영화들이 이 설정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또한 이러한 전통을 따르며, 우주 정거장에서 외계 생물체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인조인간 캐릭터 앤디와 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인조인간이 회사의 명령을 따라 에이리언을 지구로 가져오려 한다는 설정은 원작과 유사한 플롯을 보여줍니다. 인조인간 애쉬가 등장했던 <에이리언 1>의 설정을 재현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의 반복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원작 <에이리언> 시리즈는 당시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지만, 그 충격은 반복될수록 그 강도가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그 점에서 원작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면서도, 새로운 창의적인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3.2. 리부트인가, 속편인가?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기존의 설정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마치 리부트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과거의 인물을 계승하는 듯한 설정들이 있지만, 플롯의 큰 틀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는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원작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오마주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창의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리들리 스콧의 또 다른 작품인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이는 <에이리언> 시리즈와 <프로메테우스>의 세계관을 결합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기존의 설정을 짜깁기한 듯한 인상을 주어 관객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도 있습니다.
4. 결말과 메시지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결말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레인은 끝까지 살아남아 자치 행성 이바스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동료들이 희생되며, 그들의 죽음은 레인에게 큰 상처로 남습니다. 영화는 인간의 생존 본능과 외계 생명체의 위협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그리며, 고전적인 에이리언 시리즈의 테마를 유지합니다.
결말에서는 레인이 탈출에 성공하지만, 여전히 불안감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함을 암시합니다. 이는 에이리언 시리즈 특유의 결말 방식으로, 완전한 해방감보다는 미지의 위험과 공포가 계속해서 따라오는 설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5. 결론: 새로운 도전, 그러나 익숙한 결과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는 익숙한 요소들을 제공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 도전은 완전한 성공을 이루지 못했으며, 원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드러납니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공포와 긴장감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새로운 창의적인 시도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일리 스패니의 열연과 인조인간 캐릭터들의 독특한 매력은 이 영화를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돋보이지만, 그 시도가 좀 더 과감하고 창의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론적으로,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원작 팬들에게는 익숙한 즐거움을, 새로운 관객들에게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에이리언 시리즈의 세계관과 전통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